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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Page
첫 장
내 그림 인생은 이 페이지로부터 시작되었다. 그와 함께 'NO'로 점철된 행보의 시작이기도 하다. 중학교 클럽활동으로 만화부에 있을 적에 제작한 것인데, 담당교사가 이 캔버스를 보고 부의 자랑거리라며 신이 나서 교무실로 들고 갔다.
얼마 뒤, 내가 화장실 간 동안 친구가 목격한 바를 내게 고했는데, 돌아온 담당교사가 벌겋게 화가 나서 내 그림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내가 할줄도 모르는 영어로 글씨를 쓴 바람에 교사는 캔버스에 그린 것이라는 점만 보았지 처음에 무슨 내용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다른 교사에게 자랑했다가 이상한 반응을 얻었던 것이다.
내용은 뿌리 깊은 증오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가 아버지를 죽이는, 스토리랄 것도 없는 컷만화로, 그 만큼 순수하고 명료한 한 장의 회화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이나 표현에 대한 거부반응은 미술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며, 그런 이유로 발전과 심화는 더뎌졌고, 맞서서 존재하지도 않는 정당성을 찾아다니는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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